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서태지 팬이라면 팬인데, 팬이 아니라면 아닌 사람이다. 시디는 보라색 자켓 이후로 산 게 없고(빨간 자켓은 친구껄 빌려 들었고 그 이후 앨범들은 사지도 듣지도 못했음) ETP같은 건 시간과 돈이 허락하지 않는 가난한 학생이었으니까 못갔다. 뭐 나중에 MBC 방영판을 보곤 했다마는. 어쨌든 시디하나 제대로 산 게 없지만 나는 서태지가 만들어내는 사운드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고, 그와 상반되게 서태지 팬 사이트라든지, 팬클럽과는 인연이 없어서 안들어가는 사람이라, 이번 일에 있어서 싸잡아 비판 당하는 부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고 싶다. 이런 포스팅을 하는 것 자체가 팬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자료가 될 거란 생각은 하고 있다.
평소 애독하는 ozzyz 님 블로그에 디워 이후 최악의 덧글 폭탄이 터진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 팬들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 팬심이 꼭 중립을 지켜야 하고, 타인을 배려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의문은 KBO 올스타전 팬투표를 롯데가 독식하던 때부터 스멀스멀 올라왔었고,
당시 나는 지명타자에 양신을 찍었다. 팬심이 아무리 커도 타 팀 팬들도 팬이란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양보가 생기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안면몰수하는 내 지인의 반응은 덧글에 나와있다마는.
가수 팬질은 올스타전 투표와는 달리 다른 아티스트의 팬을 직접적으로 상심케 만들진 않는다. 이번 일만 해도 어딜가나 정줄놓은 지지자들은 꼭 있게 마련이니, 팬의 절대량과 스펙트럼의 넓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상식의 범주안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은 무시하면 끝이다.
서태지 팬들에게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누군가에게 열광한 적이 없는 걸까? 아니, 사랑만 해도 그렇다. 사랑은 이성으로 판단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락 콘서트 회장과 찬양집회는 분위기적으로 비슷하다던 신해철의 발언이 생각난다. 그렇다. 종교도 사랑도, 팬질도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왜 이성의 영역으로 감정의 영역으로 비판하는 걸까? 자신이 쿨해보이기 위해서인가?
자고로 팬이란 숭배의 대상이 무슨 짓을 해도 옹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그렇기 때문에 팬은 대단한 거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넘어가지 않는, 혹은 못하는 영역을 경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미치지 않곤 이겨낼 수 없다는 정설을 스스로 부인하는 사람들은 위인을 자처할 자격이 없다.
ps. 하지만 ozzyz 님의 포스팅은 아무리 봐도 서태지에 대한 ozzyz 님의 팬심의 반영이었다. 그 글에 광플을 단 광신도들의 오류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보적인 난독증일 뿐이다.
한 줄 요약
깔려면 난독증을 까자. 팬심이 무슨 잘못이냐.